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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공감이라는 생필품

기사승인 2018.11.29  14: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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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악산 자락에 겨울이 찾아오다

벼베기 도중 머드페스티발.

아이들이 왁자지껄 벼베기를 마친 빈 들녘에 겨울 냄새가 짠하다. 어느새 한해가 다 가고 있다. 눈깜짝할 사이 학기말이 된 학교 여기저기에는 3년의 성장을 정리하는 졸업논문 마무리가 한창이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3학년들의 뒷모습을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속에 담아본다. 엊그제 같은 입학식부터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우리에겐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창문 너머로 눈에 띄는 앙상한 빈가지. 웬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로탐방중인 학생들.

내년도 신입생 전형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그동안의 과정을 마무리해가는 손길이 분주한 한편으로, 새로운 만남도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오는 일이지만 두근거리는 긴장감은 여전하다. 만남과 이별의 준비가 한 장소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맘때면 늘 겪는 흔한 일상이지만, 항상 익숙치가 않다. 그럼에도 자연스레 지난 시간과 다음시간을 성찰하는 대화가 이어진다. 그러다가 공감이 일어나는 스토리를 만나면 웬지 기분이 좋아진다. 공감은 피곤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법의 치유력을 가졌다.

다함께 김장하기.

겨울준비로는 김장을 빼놓을 수 없다. 작은 학교지만 1년치 먹을 김치의 양은 상당하다.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종일 양념을 버무린다. 공동의 노동을 함께 하다보면 자연스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마련이다.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부터 즐겁고 재미나는 이야기까지. 듣다보니 아이나 어른이나 비슷함에 놀란다. 누구나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우리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는 꼭 필요한 것이구나 싶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받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함 그리고 사려깊은 인정. 이것들은 사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받고 싶어하는 선물이자, 삶의 원동력이 되는 중요한 것들이다. 실로 삶의 생필품지만, 이상하게도 구하기가 참 어렵다. 왜 그런걸까?

문득 돌아보니, 학기말의 피로에 찌든 동료들의 표정이 안쓰럽다. 돌보고 들어주는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정적 허기. 토닥임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었구나. 그렇다. 우리 모두에겐 참으로 위로가 필요한 것이다. 울고 싶을 때 머리를 대고 울 수 있는 어깨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열심히 돌본 나무에 비록 열매가 달리지 않더라도 ‘괜찮아 그러면서 크는 거야’라며 도닥여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찾아와도 여전히 진악산은 그 자리에서 따뜻하게 우리를 안아준다. 일상에 묻혀 그 자리에 있는 줄도 모르지만, 힘들때마다 늘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산신령 같은 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저렇게 신령스러워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위로와 공감이란 서로 줄 때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바랄때는 부족하기 일쑤인데, 퍼줄때는 계속 생기는 희한한 ‘생필품’이다. 올 겨울에는 위로와 공감으로 서로 함께 하는 따뜻한 밤이 이어지길 기도한다. 내가 먼저 기꺼이 주려고 하는 겨울이 되자고 다짐해본다.

글/사진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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