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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만드는 힘

기사승인 2020.01.22  19: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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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과 함께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 방학은 좋은 기회다. 장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그에 걸맞는 역량을 기르며, 자료를 축적하는 일은, 방학때가 안성맞춤이다. 더군다나 함께 현장을 탐방하며, 의견을 직접 교환해보는 공동의 경험을 학기 중에 자주 만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방학때도 분주하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몸은 떠났지만 온라인으로는 계속 연결된다. 현장 인턴쉽과 해외 프로젝트팀은 현지에서 활동중이다. 평가서 작성과 계절학교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다음학기를 위한 연구와 기획에 대한 목마름도 크다. 각자 살피던 바쁜 일정들을 잠시 멈추고, 아침 일찍 서울로 모였다.

매트스쿨 sonn을 만나다.

오전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미국 매트 스쿨의 디렉터 sonn을 만났다.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 ‘유쓰망고’가 기획한 워크숍에 참여한 것이다. 매트스쿨은 학습자 주도의 인턴쉽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공립학교다. 한국에서 이미 많은 시도들이 매트스쿨을 본받아 이루어졌다. 간디학교도 매트스쿨의 영향을 받은 학교 중 하나다.

가르칠 때 배우는 시대가 아니다. 배우는 장소가 교실로 한정될 수도 없다. 학교를 둘러싼 상황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학교안밖을 넘나들며 배운다는 건, (그런 시도가 가능한) 학교 구조를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변화를 만드는 힘은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는 걸까?

매트 스쿨과 함께하는 빅픽쳐러닝 네트워크와 최신의 시도들이 인상적이다. 동일한 교육적 지향을 가지는 여러개의 학교들이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고, 교육 자원을 공유한다. 또한 서로의 성과를 나누고 동일한 지표로 상호 평가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인턴쉽 현장 리스트를 업데이트 하고, 상호 프로젝트를 매칭하는 작업을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개별 현장의 담을 넘은 실질적 연대가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네트워크와 플랫폼에 기반한 배움의 모델을 공동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우리 교육 현장의 새로운 비전이 되길 바래본다.

학습자의 관심사에 기반한 프로젝트가 가능하도록 세세하게 지침을 내리고 있는 메트 스쿨의 배려도 놀랍다. 학습자의 관심사에 기초하여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스스로 연결자원을 찾고, 문제상황에 공감하며 프로젝트를 설계하도록 돕는다. 끊임없는 질문과 피드백이 이 과정에서 일어난다. 특히 현장에 필요한 기여 방안을 스스로 찾도록 하여 학습자가 능동적인 해결자로 나서게 만드는 장면이 재미있다. 학생을 교육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 행하는 능동적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이 실제로 잘 녹아있는 것이다.

김현수 선생님과의 만남.

오후에는 서울자살예방센터에서, 김현수 선생님을 만나뵈었다. ‘성장학교 별’의 문을 여신 분이다. 성장학교 별은 일찍부터 ‘치유 학교’를 표방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속에서도 오랫동안 많은 학교에게 영감을 준 현장이다. 불안과 우울, 그리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은 최근 교육 현장들의 주요 화두다. 우리는 실제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 걸까?

장기적으로 교사역량강화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고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단기적인 프로그램 이수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몇 년간의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교사 역량을 키워가야 한다. 교사들이 치유에 필요한 수업을 중심교과로 운영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분노조절이 주제인 수업들이 재미있다. 감정을 다스리고, 관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도와야 한다. 개별상담을 강화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네트워크 관리에 늘 신경쓰고 있다는 것도 배워야 할 점이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민주적 학교운영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구성원들에게 세세하게 공감하고, 실제로 의견을 수렴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방안을 가지고, 구성원들과 함께 학교를 운영해가야 한다. 학교 전체가 존중과 공감으로 함께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유쓰망고의 워크숍.

어쩌면 매트스쿨도 성장학교 별도 간디학교도 늘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실험과 모색의 과정은 결코 완성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와 같이. 어쩌면 변화를 만드는 힘은, 변화자체에 있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고, 커지는 것이다.

금산으로 돌아오는 차안의 풍경이 재미있다. 보고 배운 것들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하는 교사들의 대화가 예술가의 대화처럼 흥미롭다. 각자 자기안의 호기심과 열망들이 만난 지점들이 오고간다.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촉진하지만, 결국 교사들도 자기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가며 함께 성장한다. 외부의 모습(현장, 상황, 사람)에서 자신을 보기도 하고, 스스로를 성찰하기도 하다가, 스스로 규정한 자기안의 정체성을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변화의 핵심이란 스스로의 내면이 바뀌는게 아닐까?

변화를 만드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 나답고 우리 다움을 찾아 변화를 상상하는 길위에 서 있기만 해도 우리는 누구나 change maker일 수 있다. 그것이 새해를 상상하며 즐거운 이유다. 2020년에도 기꺼이 서로에게 변화의 힘이 되어 주려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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