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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이어진다

기사승인 2020.01.29  20: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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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쉽 계획 발표중.

P는 학교에서 방학식을 하고 집에 간지 이틀만에 다시 집을 나선다. 가방을 들고 아침 일찍 인턴쉽 현장으로 나간다. 아무도 모르는 현장으로 첫 발걸음을 떼는 순간이 긴장된다. 방학은 집중적인 자기 탐구를 위해 좋은 시기다. 학기중에 얽혀있는 관계와 임무들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관심분야에만 몰입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많은 10대들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이고, 누구에게나 점점 ‘나다운 것’이 중요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P는 지난학기 내내 자기 스스로를 탐구했다. 적성검사도 찾아서 해보고 스스로의 성장과정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도 했다. 혼자 뭔가를 하는 건 좋지만, 그룹 작업을 하는건 힘들다. 손으로 뭔가를 꼼꼼하게 만들고 그리는 활동을 좋아한다. 아픈 사람을 돕고, 책을 읽으며, 나누는 일에 관심이 간다. 그런데 이런걸로 뭘한담?

확실한 자기 분야를 어서 찾아 굳히길 바라는 조급함을 버리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연결지어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다양한 직업분야도 조사하고, 관심이 가는 직업과 비슷한 활동을 계획하여 시도 해보기도 하였다. 용기를 내어 몇군데 마음이 가는 현장에 자기소개서를 보내고 허락을 받아 탐방을 다녀온다. 결국 이번 방학 때는 서울에 있는 ‘향기숲 힐링 프렌즈’로 80시간 인턴쉽에 도전했다. 다양한 자연치유 워크숍을 통해 힐링문화를 만들어내는 현장이다. 관심분야 중 하나였던 자연치유의 현장을 집중 탐구하러 간 것이다.

내가 만든 영화 시사회.

C는 P와 케이스가 약간 다르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 소수자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만들어 우리사회를 좀더 나은 사회로 바꾸어 나가고 싶어한다. 스스로 여러개의 영상과 영화를 만들며 자신의 방향을 정리하였다. C는 자신이 만든 영상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을 현장을 구하고 있다. 구체적 직업 세계를 본인이 디자인하는 중인게다. 이번 방학중에는 서울 희망제작소, 진저티 프로젝트, 대구 소이랩에 탐방을 하며 돌아다니는 중이다. 곧 인턴쉽 현장과 연결된 프로젝트가 기획되어 실행될지도 모르겠다.

H는 서울 아트스테이지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세계를 탐구중이다. 색감에도 관심이 많고, 화장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변화를 보는걸 재미있어했다.  H는 뷰티 유튜버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전문 직업인의 세계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늘 막연했다. 매일 인턴쉽 일지를 작성하여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H. 11일차의 일지가 올라온다. 매일 메이크업의 방법들을 배우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직업세계를 배우고 있다.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일상이 마냥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늘 꿈꾸던 삶을 직접 곁에서 확인한다는 건 참 매력적인 일이다.

겨울 방학때의 이 경험들이 앞으로 각자의 삶에서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 지금 경험하고 있는 직업 세계로 진로를 정하게 될까?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그런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경험한 현장에서 연결지어 자신의 분야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금 전혀 새로운 프로젝트나 분야에 도전하기도 한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 사람마다 각자 다른 삶의 케이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확실한 건 나중에 돌아볼 때 인턴쉽 현장의 경험들이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인턴쉽 탐방 결과 발표중.

바햐흐로 불안이 키워드인 시대다. 따라서 자칫 진로교육을 ‘직업을 찾는 교육’으로 바라보게 되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진로교육은 진로(眞路 참된 자신의 길)를 찾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시각각 바뀌는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진짜 나로 살기 위한 방법은 스스로 의미와 재미를 추구해본 경험에서 우러나올 것이다. 학습자가 스스로 자기 경험을 만들고 연결하는 작업을 하도록 돕는 배움터가 늘어나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길은 이어진다. 아니 결국 길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주어지는 삶의 점(경험)들을 성찰하고 그 점들을 연결해보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탐색하는 것, 더 나아가 고유한 인생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우리는 그것이야말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쓸모 있는 ‘진로(眞路) 교육’이라고 믿는다.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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