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밭
뮛골 밭의 여름 날에는
돈나무에서 돈이 주렁주렁 열리고
마누라 허리는 해마다
한 마디씩 무너져 내린다.
김태동 시인 |
소쿠리에 차곡차곡 쌓이는 깻잎이
마누라에게는 모두가 돈이 된다.
“영감! 돈을 날마다 따고 따도
자꾸 돈이 열리니 참으로 고마운
돈나무 이지유?“
하루 종일 따야 몇 소쿠리라
납품해야 용돈도 못되는데
올 마누라는 그 돈이 큰 돈이다.
돈밭 아래로는 부모님 산소가 계시고
먼 시야 위로는 형님 내외가
먼저 영면 해 계신다.
내가 죽으면 이 들깨 밭 언저리가
나와 마누라가 누울 자리라고
머리 정해 놓아서 그런지
해마다 여기서 돈을 내어주고 있다.
마누라 허리 더 주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돈이 안 열리려나.
아마 마누라는 죽어서도
깨밭의 묘지를 열고 나와서
나를 깨우며 돈을 따고 있을 것만 같다.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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