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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탓하기보다 초 한자루를 밝히는 것이 더 낫다

기사승인 2020.02.13  10: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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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례 공유회 홍보자료 1.
교육사례 공유회 홍보자료 2.

‘어둠을 탓하기보다 초한자루를 밝히는 것이 더 낫다’ 사티쉬 쿠마르의 말이다. 97년, 한국최초의 전일제 대안학교인 간디청소년 학교가 경남 산청에서 개교할 무렵.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말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그때 밝힌 초 한자루는 어떻게 되었을까?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실험적 시도들이 이어졌다. 한 개의 실험학교가 다른 수천개의 학교에 영감을 주는 방식이었다. 대안학교가 수백여개로 늘어났다. 학제도 공동육아에서부터 초등 중등 고등으로 다양하게 펼쳐졌다. 외국의 교육사례도 소개되고 시도되었다. 다양한 교육지향이 펼쳐지면서, 개성있는 학교들이 늘어났다. 공교육에서도 혁신학교와 공립형 대안학교 그리고 각종 특성화학교들의 시도가 이어졌다. 대안교육의 전망은 대안사회의 전망으로 넓어졌다. 마을 교육 공동체, 생태문명 등 다양한 상상들이 오랫동안 현실로 옮겨져 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서태지가 불렀던 ‘교실이데아’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획일적인 입시경쟁위주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좌절은 한국사회에 여전하다.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특별한 교육 현장외에 있는 교육활동들은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일까?

지역사히에서 학생들이 기획한 416추모제.

유럽이나 미국등 다양한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 보아도, 한국만큼 대안교육이 운동(movement)의 형태로 들불처럼 번져간 경우는 찾기 힘들다. 지역의 다양한 현장들과 교류하고, 전국의 현장들이 함께 연대하여, 문제를 풀어가고 비전을 만들어왔다. 한 한교가 아니라 지역과 전체 교육의 현실을 변화시키겠다는 담대한 상상력과 실험이 꿈틀대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안학교는 부적응 학생이 다니는 귀족학교로만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전히 외롭게 개척의 길을 걸어야 하는 현실을 만나곤 한다. 혁신학교와 공립형 대안학교를 포함한 많은 교육 혁신 현장들에서도 교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훌륭한 한 개의 학교를 넘어, 전체 교육계 까지 바꾸기에는 힘이 많이 부친다. 개별 현장들이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일까?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선 학생들.

한명의 마하트마 간디가 수천만의 인도 민중을 독립으로 이끌던 시대가 있었다. 위대한 선각자가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열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 걸으며 비로소 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모든 것이 동시다발로 빠르게 변화하며 다양해지는 시대다. 때문에 초인(superman, 만능해결사)이 등장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초연결시대다. 문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연결되어 있기 일쑤다. 여러 다양한 장면을 가진 나의 문제를 맞춤형으로 해결해줄 전문가나 매뉴얼을 찾기는 갈수록 요원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도 카톡으로 온라인 토론으로 서로 물어보고, 답해주며 각자의 길을 만들어간다. 바햐흐로 네트워크의 시대가 아닐까. 수천만의 ‘리틀 간디’가 다함께 집단지성으로 조금씩 천천히 세상을 바꾸어가는 시대다. 앞으로의 시대는 이렇게 비전도 답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교육도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떤가? 학교간 교사간 네트워크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수있을지도 모른다. 각 현장의 고민들을 들어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최근의 사회변화와 세대 변화에 대한 고민은 교육 현장마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갈수록 학교별로 각자 노력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도 많아졌다. 더군다나 청소년 인구는 감소하는데, 비슷한 성격의 시설이 똑같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함께 공유하면서 서로 만나게 되면 시너지도 더 나지 않을까? 사실, 교육의 열정만 살아 있다면 각 학교가 모두, 한국교육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훌륭한 자원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각자 자기 학교의 변화발전만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안교육연대 교육과정 토론회.

학교간, 교사간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네트워크의 조직을 제안한다. 현장의 쌓인 문제들과 어려운 현실 그대로 같이 만나기를 희망한다.  교육사례 공유회를 열어 서로의 교육사례를 있는 그대로 공유하자. 가능한 현장과 마음이 나는 교사들이 모여 서로의 사례를 나누자. 탁월한 학교나 교사를 따라 하는게 아니라, 각자의 현실을 바꾸어낼 수 있는 방식을 집단지성으로 모색하며, 서로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일어서도록 도움을 주자.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면, 필요와 요구에 따라 여러개의 서로 다른 모임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 연대를 만들자.

상상력을 넓히자. 개별 학교단위의 실천을 넘어서자. ‘훌륭한 학교’ 만들기를 넘어 ‘훌륭한 교육망’을 함께 엮어가자. 모두가 배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교육생태계’를 함께 일구어가자. 네트워크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보자. 함께 새로운 변화의 담론을 만들어가자. 변화에 적응하지만 말고, 새로운 변화를 우리가 직접 창조하자. 물론 각자 현장의 어려움들이 우리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 변화의 파도를 각자의 힘으로만 넘기에는 너무 버겁지 않은가? 서로에게 동지가 되어주자. 어둠을 탓하지 말고 함께 초 한자루를 밝히자.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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