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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 새로운 교육

기사승인 2020.04.23  15: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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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봄이었다. 학교에 아이들이 없어 계속 2월인 것만 같았던 봄이 어느새 다 지나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수업도 회의도 잘만 했다. 눈에 보여야 실재한다고 생각했던 건 내 착각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다들 존재하고 있었다. 다양한 주제를 둘러싼 의견차도, 그 사이를 서로 연결하려는 노력들도 여전히 왕성했다.

416 6주기 온라인추모제.

앞으로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섣불리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고 난 우리들의 일상은 확연히 예전과는 달라져 있을 게다. 그만큼 우리가 배운 것이 많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문명이 자초한 일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까운 거리로, 지구는 하나였다. 자발적인 연대와 협력의 힘이 경쟁과 통제보다 훨씬 강했다. 건강과 가족 그리고 생필품이 부귀영화보다 중요했다. 온라인 만남을 통해 초연결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확인했다. 코로나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믿었던 우리의 우상들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낡은 것은 떠나보내지만,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대전환의 시점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 구상을 모으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겠다. 다시 핵심은 교육이다. 새로운 사회, 그 시작과 완성은 모두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육주체들과 여러 가지 상상력을 모아보고 싶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그 새로운 길찾기를 주제로 전국의 벗들과 온라인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온라인으로 요리 수업중.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우주로 날아가며,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하던 인간의 존재가 한낱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우리가 흠모해 마지 않던 서양 사회의 시스템 붕괴 상황은 가히 충격이다. 더군다나 바이러스의 창궐 원인이 인간의 과도한 욕망추구와 현대문명에 있다는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앞으로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연이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과연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믿었다.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에 기초하여, 끊임없이 개발하고 경쟁하면, 세계로 우주로 무한히 팽창하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 시대가 이제 끝나야 함을, 온 지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이미 여러번 경고받았으나, 결국 온 세상이 멈추고 나서야,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다함께 실시간으로 공부하는 중이다. 인간의 이기적 욕망 추구가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공멸할 것이다. 인간의 공존에 초점을 둔 ‘민주 시민 양성’을 넘어, 모든 존재의 공존에 초점을 둔 ‘지구 시민 양성’이 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교육’.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교육 목표가 아닐까? 

학생들을 기다리며, 모내기를 준비하는 교사들.

‘경쟁력’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남을 이기려 하기 보다, 자신을 낮추고 서로를 보살피려 노력할 수록 인류가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 사태에서 배우는 중이다. 부지런히 경쟁해서, 남보다 더 나은 성적 받는 것이 좋다고 가르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자아실현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의 모습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새로운 인간상이 필요하다. 우리 전통사회의 교육 목표였던, 홍익인간, 선비, 보살, 군자 등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성찰하고, 절제하며 남을 섬기는 태도로 수행하는 삶’. 인류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교육 목표로 고민해보면 어떨까? 

온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배웠다. 지구 반대편의 확진자 숫자와 경제상황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온라인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이미 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 초연결 사회는 기존의 경계(국가, 시간, 거리 등)를 넘나들거나 해체시킨다. 서로 얼마나 더 연결되어 있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연결을 통해,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려면, 자기 마음과 정신의 주인이 되는 것이 중요해진다. 물질과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부려쓸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돕는 교육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명상, 기도, 수련 등을 새로운 교육 과목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가한 학생들.

먼 미래에 달성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초점을 둔 교육이 펼쳐지길 바란다. 앞으로의 변화는 코로나 사태보다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여기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면서, 미래 사회의 적응능력을 만들어가는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문제를 또다른 Input(자원의 투입)으로 해결하는 방식에서, 현재의 자원과 가능성을 연결하여,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은 참여자의 공감과 협업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함양으로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changemaker(변화를 만드는 사람)를 키워내는 교육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되면 좋겠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류의 문명사적 위기를 새로운 전환의 기회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교육을 기쁘게 상상하며, 함께 만들어가자.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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