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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새로운 교사

기사승인 2020.05.22  11: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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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서 전인격적인 사표(師表)를 찾으면 안됩니다. 그보다는 집단지성이 한결 중요하지요. 함께 공부하고 더불어 학습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벗이며, 스승이 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

故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다. 탁월한 개인에 의존하려 하지 말고,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에 주목하자는 메세지가, 코로나 시대에 더 깊이 다가온다. 예측 불가능한 현상 앞에서, 협력과 양보로 길을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인삼축제청소년마당을 준비중인 지역 청소년 기획단(2019).

교사도 혼자 교육을 할 수 없다. 축구 경기와 같이 교육도 팀워크로 하는 것이다. 아무리 탁월한 교사라 할지라도, 학교 내외 구성원들과 공을 주고 받으며(교류하며), 함께 가야 골을 넣을 수(교육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이 그러했듯, 코로나 이후의 교육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를 가지 않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시나브로 우리 곁에 오고 있었다. 갈수록 청소년 인구도 줄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닥쳐온 코로나 사태는 가파르게 학교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예고편으로만 관람하던 미래교육의 상황이 도둑같이 찾아왔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가세하면 지금의 학교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석동리 마을의 감자 옮기기를 돕는 학생들(2019).

전통적 교사(teacher)의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앞으로 교과목의 정보를 가르치는 역할은, 비대면 온라인 강의나, 인공지능이 상당부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학습자에게는, 무엇을 탐색하고 싶은지 물어주고, 어떻게 배울 것인지 함께 찾으며, 자원의 연결을 돕는 존재가 갈수록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지만, 다시 핵심은 교사다. 새로운 시스템도, 지향도, 교사들의 역량과 자발적 노력이 없다면 그냥 종이에 적혀있는 문자가 될 뿐이다.

촉진자와 연결자의 시대가 왔다. 일찍이 금산간디학교 태영철 교장은 미래 교육의 새로운 교사상으로 connectator (connect연결 + facilitator촉진자)를 제시한바 있다. 잠재력과 탁월함을 발견하며, 새로운 만남과 연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교사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앞으로 사회 변화는 빠르고 복잡하며 예측불가능할 것이다. 정보를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것 만으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 그보다 진짜로 실행해보거나,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며, 변화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중점에 두는 편이 더 낫다.

지역사회 세월호 추모제를 준비하는 학생들(2019).

전인미답. 아무도 길을 제시해줄 수 없다 오히려 길을 안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변화예측이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가르치는 길을 일사불란하게 따라가기보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작은 길들을 개척해가는 편이 더 낫다. 그렇게 한걸음씩 나아가고 연결하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미래교육의 모습과 더 닮아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 주체들간의 팀워크가 절실하다. 배움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은 이미 많다. 현장간, 자원간 서로 연결하고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 특별한 기법이 있다기 보다 관점의 전환이 중요하다.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실패를 환영하며, 학습자를 배움의 주인으로 세우는 것은 프레임 전환의 영역이다. 교사간, 현장간 서로에게 배우고, 직접 경험해보고, 연결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역에 나간 창업프로젝트(2018).

교육은 예술이다. 나와 우리안의 가능성을 꽃피워가는 활동이다. 예술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교사들에게 변화를 위해 나설 용기와 권한을 주자. 전통적인 교육부 중심의 상명 하달식 정책으로는 미래 교육의 빠르고 복잡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현장마다 다르고, 학생마다 다른 상황이 반영되어야 한다. N명의 교사가 N개의 방식을 개발하도록 허용하자. 현장별 실험을 촉진하고 교사간 연대를 연결할 조직과 사람을 육성하고 지원하자. 아래에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가 연대하고 교류하고 경쟁하면서 하나둘씩 미래교육의 청사진이 만들어지도록 하자.

학교 바깥의 주체들도 필요하다. 지역사회 공동체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지역사회전체를 학생들의 배움터로 활용하고, 실제 살아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곁을 내주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돌봄이란 공공성의 영역이며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었다.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이 마을에 기여하며 배울수 있는 지역마다 고유한 새로운 교육모델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변화로 가는 길은 없다. 변화가 길이다. 그라운드 전체를 함께 보며, 짧고 빠른 패스로, 전원이 공격하고 수비하는 토탈싸커식 축구 경기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토론하자.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육과 새로운 교사상을 지금 여기에서부터 만들어가자. 나답고 우리답게. 당신이 바로 변화의 주인공이다.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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