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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묻는다

기사승인 2020.06.10  10: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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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정표 만들기.

2주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코로나 확산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인간의 바램과 무관하다. 어쩔수 없지. 빨리 수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밖에. 그래서일까 요즘은 늘 ‘뭣이 중한가’ 묻고 답하게 된다. 빠른 변화앞에서, 늘 하던대로 다 챙겨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 우리는 무엇을 담고, 버려야 할 것인가

코로나는 우리로 하여금 본질을 묻게 한다. 유례없이 맑은 하늘을 보며, 인간이 지구에 어떤 존재였나 생각하게 한다. 비대면과 대면을 오가는 배움은 학교가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업무들이 일의 본질을 묻게 만든다. 우리의 일상은 무엇을 위해 존재했나.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기존의 많은 활동이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디자인되는 중이다. ‘진로탐방’도 그중 하나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며 사회 현장을 찾아다니던 이 프로그램이 기획단계에서 난항에 빠졌다. 들고 나가는 많은 활동이 코로나 시대에선, 부담스럽거나, ‘민폐’가 되기 일쑤다. 자신들이 원하는 현장에 방문과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버린 아이들의 입이 삐쭉 나왔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버릇처럼 ‘뭣이 중한가’ 되묻기 시작한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굳이 큰 도시로 나갈 필요가 있나. 좋은 사람을 ‘만나고’, 멋진 현장과 ‘연결’ 되는게 핵심이라면 말이다. 온라인과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한다. 다양한 현장과 졸업생들에게 노크해본다. 알고보니 우리 근처에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지역속의 다양한 삶의 현장과 연결해본다. 굳이 멀리서만 구할 필요가 있나. 답은 우리안에도 있을게다. 선배들이 들려준 고민들을 재료삼아, 나의 불안과 막막함을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도 가진다. 서로 잘아는 사이니, 서로를 향한 조언과 아이디어도 주고 받는다. 진로 카드 놀이나, 적성 검사도 대화의 양념으로 활용해본다.

정신없이 엮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꽤 괜찮은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중이다. 궁하면 통하는구나. 답을 찾느라 머리를 맞대며, 서로를 더 잘알게 되기도 한다. 안팎으로 만나면서 함께 새로워지는 느낌이 좋다. ‘만남’. 어쩌면 교육의 본질은 만남이 아닐까.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모두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스승이자 제자다.

온라인 현장탐방.

인류가 스승이라 생각하는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도, 사람들을 길위에서 만나셨다. 전통사회의 옛 이야기에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가르침을 전하는 수도사, 승려, 구루들이 스승의 이미지로 많이 등장한다. 만남과 교육의 본질은 어쩌면 우리의 전통 속에 이미 전해 내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질을 찾아 단순해진다는 것은 인류가 원래 추구해온 삶의 원형을 찾아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탐색을 도와주기.

어쩌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들 한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모든 것에 ‘뭣이 중한가’ 물어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본질을 찾아 단순해져야 할때다. 교육도 그 본질을 찾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 배움터에서 덜어내야 할 군더더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본질만 찾아 새롭게 만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서로 이야기 나누어보면 어떨까.

스마트폰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교실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학습자 주도의 교육과 평생학습사회의 전망은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가 되었다. 내 방에서 수업을 만날 수 있다면, 집 밖의 배움터에선 그것말고 다른 배움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들은 자신들이 탐색하고픈 다양한 현장에 대한 정보를 받아보고, 여러 스승과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직접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협업과 문제 해결의 경험을 통해, 이웃과 지구에 곧장 기여하는, 건강한 시민이 되는 경험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하고,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함께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새로운 교육모델이 등장해야 할 때가 아닐까. 다함께 미래교육을 고민해야 할때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모든 이들이 자기 영역을 넘어, 교육의 본질을 다함께 묻고 답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미 ‘코로나 이후’의 시대다. 포스트 코로나의 세계는 앞으로도 변화 무쌍할 가능성이 높다.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대다. 각자의 현실에, 기반하되, 한편으론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자. 오늘도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실험을 생각해본다. 우리의 본질을 묻는다.

/글,사진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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