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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라나는 중입니다

기사승인 2021.05.05  2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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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땐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되는거에요?”

▲페미니즘 프로젝트에서 함께정한 약속.

고등과정의 성문화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늘의 주제는 성적의사소통. 스킨쉽이나 일상대화 등 자신의 삶속에 함께했던 성적의사소통의 장면을 호출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중이다. 대화란 겉으로 보면, 단순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상대방에 대한 판단, 내면화된 사회적 관습 등이 어우러진 복잡한 상황이다. 서로의 욕구나 가치가 다르거나, 부딪히면 더 난해해진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그것은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참 어렵다.
 
중등과정에서는 3년째 페미니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남학생들이 생리대나 브래지어를 착용해보는 활동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본 친구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성소수자 초청강연과 대화가 성별 이분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에는 다른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평 등 세상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10대들이 직접 모든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경이롭다. 

▲성인지 감수성을 함께 돌아보기.

성인지 감수성은 가르쳐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각자 자기 삶에서 ‘자라나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간의 일방적인 설명으로 습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꾸준한 자기 성찰과 상호 대화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 서보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믿음과 생각을 만들어온 다양한 목소리를 만나고, 내면에 존재하는 마음의 필터를 스스로 확인하면서, 새로운 자신을 조금씩 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금산간디학교에서는 전교생이 함께 정기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환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성별 고정관념, 성적의사소통, 성희롱 상황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공동 활동을 한다. 이 활동 속에는 가르치고 배우는 자의 구분이 없다. 상호작용을 통해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는 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끊임없이 재구성과 통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안의 성문화를 돌아보는 워크숍.

같은 말을 사용하는 것 같아도, 사실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르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 같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과 서로에게 질문하고 대화하며 한편으로는 기다려주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과 서로를 서서히 이해하며, 성찰의 힘을 키워간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내면에 쌓인 성찰의 정도만큼 한 뼘씩 성장해간다.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숙성되어간다.

▲준비된 성관계를주제로 한 성문화
워크숍.

생각해보면 좋은 성교육이야 말로 훌륭한 시민교육이다. 자신의 존재와 욕구를 긍정하고, 타인의 다름도 존중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덕목이라면 말이다. 더 나아가 성교육은 자기 마음을 성찰하며 수행하는 삶과도 연결된다. 서로를 거울삼아 자신의 신념과 지향을 비춰보며 함께 성장하는 삶의 방식을 익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모두를 존중하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배우기’ 함께 고민해볼만한 우리 교육의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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