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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미학

기사승인 2018.12.05  17: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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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공연준비 중.

“다른 애들처럼 좀 그럴듯하게 성과를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너무 힘들어요. 이제 그만 포기하는게 좋을까요?”
“좀더 스케일을 키워서 도전할걸 그랬나봐요”

직접 농사지은 목화솜을 이용하여 조끼를 만드는중.
핸드폰 케이스 제작중.

교무실 곳곳에서 각종 주제의 대화꽃이 만발중이다. 학기말이구나. 여기저기에서 2018년을 마무리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서로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이 또 한번 우리를 키워가고 있다.

졸업작품 발표회 포스터1.

청소년이 “제가 이런걸 해보았는데요” 라고 말하면, 흔히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나 과정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는 (상당한 맥락이 쌓인 끝에 생겨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말이다. (엄밀히 말해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다.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바라볼수만 있다면)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학교 수업 내용이 창의성, 소통, 비판적 사고, 협업을 강조하는 주제로 하루빨리 대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는 대안적 교육과 미래 지향의 교육을 추구하는 배움터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고, 다양한 실험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 노력의 밑바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시선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모습(운영 구조, 프로그램 내용, 지향하는 가치 등)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작품 포스터2.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존중을 주고 받는 일상’. ‘생활에서 쌓여가는 작은 신뢰’. ‘함께 만들어가며 생기는 연결감’. ‘타인 경청과 자기성찰의 습관’.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뭔가 배우거나, 지원을 받거나 해서) 빠르게 만들 수 없는 것들이다. 정해진 공식이 있어 그대로만 하면 다 생겨나는 것들도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재료이자 결과이다. 학습자가 자신의 배움을 주도하는 공간, 그리고 누군가와 협업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공간에서는 특히 그렇다.

더 이상 학교에 있고 싶지 않다고 고민할 때가 있다.(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럴때가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양하다. 하지만 학교 안에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거나 적다고 여겨질 때가 ‘힘들었던 순간’으로 흔히 기억되곤 한다.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일이라 하더라도, 사는 ‘맛’은 우리에게 참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우리가 하려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일상의 관계맺기를 벗어나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는 하지만.

졸업작품 포스터3.

유기농법에서 토양을 기르는 것 같은 장기적이고 여유있는 시선이 우리 사회와 교육에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처방’ 위주의 정책 제안 보다는 소통과 협업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위주의 협의가 일어나면 좋겠다. 일상의 신뢰와 존중이 살아나고,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지배적이기를 희망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미학’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미래 교육을 지향하는 곳이 아닐까? 새로운 교육의 모습은 사실 우리 안의 ‘오래된 미래’일지도 모른다.

글/사진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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