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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미쳐 알지 못했던 영화의 은밀한 매력

기사승인 2020.05.27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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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번째 이야기...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2등의 외침

강수진의 발이라고 합니다. 워낙 많이 회자 되었던 사진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발레단에 들어가 2-3시간만 자면서 지독하게 훈련한 덕분에 프리마돈가 되었다는 성공신화는 감동을 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 강수진은 어느 방송프로그램에 나와서 본인 사진이 아니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강수진은 불쾌하겠지만 청소년들에게 꿈과 진로를 언급할 때 더할 나위없이 좋은 사진입니다. “너희들 강수진처럼 하지 않으면 꿈의 주인공이 될 수 없어” 대전의 괴정고 친구가 진로특강 강사한테 들었다고 수업시간에 고백합니다.

2015년 6월 초 무주 산골영화제에서 성공과 경쟁에서 밀려 나 있는 허름한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서른 후반과 40대 초반들의 친구들입니다. 일록은 매형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입니다. (사진 맨 왼쪽) 공장 한 구석 작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어느 날 미국에서 살던 예건(사진 왼쪽에서 두 번 째)이 찾아옵니다. 그가 불쑥 중창대회를 나가자고 제안하고 오디션 광고를 냈지만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대용(사진 맨 오른쪽)이 유일한 지원자로 찾아옵니다. 오디션 장소도 공장 작업장입니다. 4명이 되어야 중창단이 된다고 하니 대용이 맘잡고 일하고 있는 준세(오른쪽 두 번 째)를 끌어 들입니다. 길거리에서 아내와 풀빵장사를 하는 준세의 아내 지혜는 하릴없이 후배 준세를 불러서 작당을 모의하는 선배 대용이가 불편합니다. 돈은 없고 오직 가오만 남아 있는지라 예건은 라면을 먹고도 이를 쑤십니다, 그리고 매형의 지청구를 못 참고 일록은 홧김에 공장을 나와 버립니다. 라면이 그들의 주식이지만 그나마 가끔씩 대용이가 사 오는 치킨과 삼겹살이 그들의 영양결핍을 보충합니다. 누가 봐도 허름한 형편에 한번도 응원을 받지 못한 친구들입니다.

‘어린 시절 가수가 꿈이었지만 남들이 비웃을까봐 말할 수가 없었다’는 대용이 고백을 합니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걸’ 하라는 어른들한테 눈치가 보여서 더더욱 보여 줄 수 없는 꿈들이었을 겁니다. 그 묵은 꿈들을 처음으로 꺼내 놨는지 연습할 때마다 대용은 연습할 때마다 늘 양복을 입고 옵니다. 꿈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싶어서 일 겁니다.

영화 초반에는 현실 감각이 없는 이들에게 손가락질하다가(민폐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이들이 펼치는 퍼포먼스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성공의 신화에 가려 자신의 꿈을 슬쩍 감추거나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꿈을 강요하는 사회와 부모의 압박에 지쳐 있는 젊은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성공의 주인공들은 늘 무언의 압박을 해왔습니다. 꿈에서 멀어지면 ‘노력’과 ‘끈기’의 부족을 들이댔습니다. 강수진과 박지성의 ‘발’을 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러는 성급하게 자신의 꿈을 급조해서 어른한테 보여주곤 합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포기하고 마는 꿈일 수밖에 없습니다. 꿈을 꾸기 전에 꿈을 꿀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의 토양이 중요한데 척박한 토양에 무조건 꿈의 씨앗을 뿌리는, 강박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회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해피엔딩은 성공의 강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헐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헐리우드 대중영화의 방식은 꿈을 성취하고 성공의 신화를 만들어 내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기립박수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도전과 성공의 전형적인 패키지 입니다. 미국에서 발달한 ‘긍정 심리학’ 또한 ‘아메리칸 드림’에 적합한 이론입니다. 헐리우드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영화들도 성공의 신화를 복제해왔습니다. 교육과 사회문화의 시스템은 아메리칸 드림의 융단 폭격에 잠식 당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성공이 축복의 기준인 종교도 한몫 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의 신화에 갇혀 어린 나이부터 사육 당하는 아이돌 지망생들의 현실은 새삼스럽게 꺼내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들이 선택한 거 같지만 김연아와 이강인이 뜰 때마다 빙상클럽과 축구클럽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우리사회의 매커니즘을 보면 선뜻 수긍하기 쉽지 않습니다.

꿈찾기 영화의 방식은 대부분 능력을 감추고 살다가 훌륭한 멘토를 만나서 재기에 성공하는 방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게으른 천재’들을 다룹니다.  (영화 ‘나의 파바로티’를 참고하세요) 그래서 ‘델타 보이즈’의 주인공들은 꿈 찾기 영화에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성공의 이데올로기를 교란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창단을 하기에는 턱없는 실력을 가진 이들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배급업자들마저 이들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개봉관이 10개 안팎이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삼성의 광고 문구였습니다.
(이 카피를 만든 사람이 박웅현씨입니다. 광고계에서는 화제가 되었지만 교묘하게 성공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되는 바람에 천박한 우리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 문장이 되었습니다)

카피답게 삼성은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서 일류기업을 만들기 위해 무노조의 경영을 선언하고 무한경쟁의 전근대적인 기업환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 광고를 생각하면 올림픽 게임에서 은메달을 땄다고 눈물을 짓던 우리의 선수들이 떠오릅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이기에 2등과 3등은 수용할 수 없는 그들입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세계 최고로 인정 받고 싶어 에베레스트를 몇 번이고 올라가고 극지를 쫓아다닙니다. 성공과 경쟁의 식민지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인정 받지 않아도 그동안 홀대했던 자기욕망을 위로하려는  ‘델타 보이즈’ 중창단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 영화소개
‘델타보이즈’의 제작비는 9회차 촬영에 250만원 입니다.

개봉할 때 열심히 홍보했지만 3,000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제겐 2015년 최고의 영화였지만 관객 수는 거의 최저 관객에 머물렀습니다.

노개런티와 촬영일정을 줄이기 위해 많을 리허설을 가졌을 영화의 캐릭터들은 고등어처럼 생동감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작품 속 그들의 누추한 환경과 제작환경이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질은 제작비와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아시스(우리동네 영화관 마실 프로그래머)/piung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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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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