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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

기사승인 2021.04.16  1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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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과정 3학년들의 뮤지컬 체험학습이 공연으로 마무리 되는 중이다. 뮤지컬 제목은 ‘인간선언’.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를 극으로 만들었다. 1시간 30분 내내 묵직하고 진지하다. 마치 전태일 평전의 내용이 살아서 걸어 나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전태일 열사의 당시와 비슷한 나이의 배우들이 만드는 몰입감이 굉장하다. 이번에도 교육극단 고춧가루부대 선생님들의 노고가 함께 했다.

인간선언 뮤지컬.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일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깊은 내면의 목소리와 만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쓰고 있던 가면과 만나기도 하고, 스스로가 낙인찍은 자기 이름표를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함께 무대에 서 있는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은, 쌍방향의 관계망 속에 놓여있는 자신을 깊게 바라보게 한다. 이런 뮤지컬 공연의 장면들은 자기 발견의 교육을 추구하는 간디학교의 일상과 매우 흡사하다.

자기 발견은, 잃어버린 성배(聖杯, Holy grail)를 찾는 과정이 아니다. 아직 찾지 못한 내 모습(정체성, 꿈, 진로 등)이 어딘가에 완성형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 여기에 우리를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자기 발견의 과정은 오히려 한 뼘씩 자라나는 식물과 흡사하다. 씨앗과 함께 흙과 바람과 물과 빛이 엉겨 식물이 자라나듯, 우리는 주변의 문제와 기회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주변 존재와의 상호작용 속에 놓여있다,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만들고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턴쉽 발표.

고등과정의 인턴쉽 발표는, 새로운 길을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번 발표에서는 옥천신문, 매거진 쓸, 괜찮아 마을에서의 경험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활동 중인 분을 멘토 삼아, 진짜 세상을 경험한 이야기들이다. 낯선 관계들 속에 놓여보면, 자신의 새로운 면이 눈에 띈다는 점이 신비롭다. 한편, 발표를 지켜보며, 주고받는 애정어린 질문와 조언들은 서로를 잘 아는 익숙한 관계에서 우러난다. 우리가 가진 정체성과 개성이란 것도 어찌보면 모두 관계의 연결망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발견’이란 ‘새로운 연결’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다.

자기 발견을 위한 좋은 환경은, ‘우연 같은 필연’이 많은 시공간이다. 구름형성을 촉진하는 응결핵처럼, 다양한 사람과 주제가 모였다 흩어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자기발견이 잘 일어난다. 또 하나,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무엇이 정말 나다운 것인지, 물어주고 들어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중요하다. 나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들, 그리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시공간에서, 우리는 ‘맨땅에 헤딩’을 즐겁게 해보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환경은 지속적인 질문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난 누구인가’를 계속 묻게 되는 것이다.

정작, 자기 발견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다. 생겨 먹은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은 왜 그렇게 길고 더딘 걸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며, 자기 인생의 탁월함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 왜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먼길로만 여겨지는 걸까.

▲자서전 수업중.

금산간디학교에는 자서전을 써보려는 10대들이 많다. 교사들도 다양한 자기 스토리 발표를 권장한다. 자서전을 쓰는 과정에서, 가족, 인간관계, 성장과정의 기억, 흥미와 재능의 발달사 등 자신을 만들어 온 것들과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자기 삶도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자기 인생의 고유함에 눈뜨게 된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귀한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비교하고, 경쟁한다. 문제중심, 결과중심 사고에 익숙한 우리는 ‘그래서 어떤 성과물이 나왔나’가 늘 궁금하다. 그러나 성과와 속도에 사로잡히면, ‘고유성’에 주목할 수가 없게 된다. 관점을 바꾸면 어떨까? 결과보다는 과정을, 속도보다는 방향을, 더 나아가, 얼마나 다양한 탐색과 관계와 경험이 있었는지를 궁금해 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자신과 서로를 ‘다그치는’ 내면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모두 지금도 앞으로도 ‘자라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척척.

그러므로 이 세상 모두가 존중받아 마땅하다. 안타깝게도 서로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바쁘지만. 감히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경쟁보다는 성찰이, 성과보다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과 교육이 되면 좋겠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하나 모두 고유하게 빛나며, 동시에 더 크고 위대한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함께 미래교육을 위한 토론의 장을 가져보면 어떨까.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

/금산신문 전문위원 유준혁

금산신문 gsnews4700@naver.com

<저작권자 © 금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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